
북한 김정은 정권을 미화하고 주민 인권 침해를 외면하며 북의 핵위협에 대해선 눈감고 있는 역사 교과서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교육부 직원이 교과서를 무단 수정한 사건을 우파 시민사회가 다시 꺼내들었다. 학생들에게 북한 정권의 정당성을 부각하고, 대한민국 건국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방향으로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면서, 집필책임자의 동의도 없이 그와 같은 일을 벌인 데 대해 엄중 처벌함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이 사건 1심 판결문을 보면, 문제의 공무원들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 뒤인 지난 2017년 9월부터 초등 사회교과서를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교과서 수정·보완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자문위원을 직접 위촉했고, ‘전문적으로 수정할 방향과 내용을 정할’ 사람 역시 ‘내용전문가’란 이름으로 직접 위촉했다. 수정·보완할 내용을 심의할 심의위원도 직접 위촉했다. 그러고는 문제의 공무원 본인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자문위원들과 내용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받은 뒤, 이 의견을 교육부 내부에서 수정·보완대조표를 만들게 한 다음 이를 다시 문제의 공무원 자신들과 자문위원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게다가 교과서 수정을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지인 교사에게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접수하도록 요구한 사실도 있었다.
이렇게 해서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 내용 중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박정희 정부 ‘유신 체제’를 ‘유신 독재’로 바꾸는 등 총 213곳을 수정했다. 또 ‘북한은 여전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문장이 삭제됐다. 황당한 일은 편찬위원장인 박모 진주교대 교수가 수정 협의에 참여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박 교수 동의도 없이 그의 도장을 무단으로 협의록에 찍은 일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사안이 불거진 것도 박 교수가 "나도 모르게 정권 입맛에 맞게 교과서 내용이 수정됐다"고 폭로하면서다.
직권남용·사문서 위조 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들은 1심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2021년 2월 25일 1심 법원은 전 교육부 과장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전지법 형사5단독 박준범 판사는 "교육부 수정 요청을 한 차례 거절했다는 이유만으로 편찬위원장을 완전히 의사 결정에서 배제했다"며 "피고인은 미래 세대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에서 중요한 사무를 담당하던 중 이런 범행을 했다"고 판시했다. B연구사에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그런데 2심에선 무죄로 판결이 뒤집어졌다. 지난 2022년 11월 16일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나경선 부장판사)는 "A씨가 받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며 "사문서위조 교사, 위조사문서행사 교사 등 혐의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검찰이 곧바로 항고해 현재 대법원에 사건이 걸려있다.
2일 자유대한호국단·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청년포럼시작 등 우파 단체들은 2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는 이 자리에서 "2심 판결대로 이 행위가 죄가 안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교과서를 교육공무원이 편찬위원장 허락도 없이 마구 도장을 찍어서 마음대로 고쳐도 된다는 것인가"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 공무원들의 행위가 너무 대담하고 치밀해 윗선의 지시나 공모가 있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박 대표는 "2019년 해당 공무원이 검찰에 기소됐을 때 중앙징계위원회는 행정 징계도 미루며 이런 중대한 사건을 저지른 공무원을 감싸기에 급급했다"며 "이런 태도는 해당 공무원이 단독으로 저지른 짓이 아니라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거나 공모했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사건 당시 교육부장관이던 김상곤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은 지난 2018년 3월 국회에 출석해 "교과서 수정은 적법하고 유효했다"라고 말했고,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과정이며 교육부가 개입한 바 없다"고 둘러댄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시 검찰수사가 상당부분 진행돼 내부감사는 불필요한 상황이었고, 수사결과를 토대로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한 사안"이라며 "대법원 최종 판단을 지켜보고 있다"고 본지에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중앙징계위원회 역시 대법원 판단에 따라 징계수위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출처 : 자유일보(https://www.jayu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