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車전장 '아픈 손가락'→'엄지 척' 든든한 실적 효자

광화문온 | 202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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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침체로 전자업계가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아픈 손가락’ 취급을 받던 자동차 전장사업이 점차 결실을 보고 있다. 지난 1월 하만인터내셔널이 공개한 오디오 중심의 새로운 전장 기술 ‘레디 온 디맨드’ 시연 화면. /하만인터내셔널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 있어 자동차 전장(電裝)사업은 더 이상 ‘아픈 손가락’이 아니다. 양사가 수년째 천문학적 손해를 감수하고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인 전장사업이 본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등 양사의 주력사업이 역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전장사업만큼은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장은 자동차의 전기 및 전자장비를 통칭한다. 전자 계기판,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오디오, 사이드미러 등 자동차 내·외부에 전기로 작동하는 장치와 부품이 대표적이다. 최근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의 호조세에 힘입어 전자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하만인터내셔널은 올해 1분기 매출 3조1700억원, 영업이익 13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8.7%, 영업이익은 30% 늘어났다. 특히 영업이익은 역대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하만인터내셔널은 40여년간 축적해온 카 오디오와 독보적인 디지털 콕핏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장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디지털 콕핏은 디지털화된 자동차 운전공간을 말한다. 이를 통해 자동차 상태 확인부터 조작까지 모든 기능을 작동할 수 있다. 지난해 하만인터내셔널의 글로벌 디지털 콕핏 시장 점유율은 24.7%로 업계 1위라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그동안 하만인터내셔널의 영업 실적은 부진의 연속이었다. 지난 2016년 삼성전자가 전장사업 강화를 위해 미국의 하만인터내셔널을 인수한 이후 연간 영업이익은 2017년 574억원, 2018년 1617억원, 2019년 3223억원, 2020년 55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인수하기 직전인 2016년의 6800억원과 비교하면 변변찮은 수준이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미래차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장사업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이제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일상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첨단 IT기술이 집약된 전장이 미래차 기술의 핵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지난 2021년 하만인터내셔널의 영업이익은 6000억원으로 올라섰다. 이는 삼성전자에 인수되기 직전 실적에 근접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는 88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전자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하만인터내셔널 전장사업에 접목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휘된 것이다.

LG전자의 1분기 실적 역시 전장사업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LG전자의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2조3865억원의 매출과 54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역대 1분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최대 기록이다.

LG전자는 지난 2013년 전장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 야심차게 VS사업본부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VS사업본부의 실적은 부진을 거듭했다. VS사업본부는 지난 2015년 단 한 해에만 50억원의 흑자를 낸 이후 무려 25개 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LG전자의 전장사업은 지난 2018년 구광모 회장이 LG그룹의 조타수 자리에 오르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26년간 키워온 스마트폰 사업을 과감히 접고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램프회사 ZKW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2021년에는 글로벌 전장기업 마그나와 손잡고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하면서 전장사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LG전자에 따르면 VS사업본부의 지난 1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80조원 이상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발표했던 60조원보다 약 20% 증가한 수치다. 시장에서는 올해 말까지 LG전자의 수주잔고는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 전동화 물결이 일면서 전장 시장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글로벌 전장 시장 규모는 내년 4000억 달러(약 534조원)에서 오는 2028년 7000억 달러(934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전장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인터내셔널의 오디오 기술이 접목된 디지털 콕핏, LG전자는 자동차와 인터넷을 연결하는 장치인 텔레메틱스에 방점을 두면서 새로운 기술개발에 한창이다.

출처 : 자유일보(https://www.jay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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